독일은 왜 ABS를 피할까? (독일, ABS, 식기)
3D 프린터 소재 중 ABS는 내구성과 내열성 면에서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 ABS 소재를 식기 제작에 사용하는 것을 강하게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추세입니다. 이 글에서는 ABS가 왜 식기용으로 부적절한지, 독일이 이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 그리고 보다 안전한 대체 소재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ABS는 강하지만 안전하지 않다
ABS는 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의 약자로, 강도와 탄성이 우수하고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3D 프린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ABS는 ‘고급 소재’로 분류되며, 컵이나 접시 등 식기류에도 자주 활용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ABS에 포함된 스타이렌(Styrene) 성분입니다. 이 물질은 가열될 경우 극미량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배출할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발암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특히 식기처럼 음식과 직접 접촉하는 환경에서 사용될 경우,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ABS는 일반적으로 BPA(비스페놀A)와 유사한 화학적 특성을 가질 수 있고, 반복 세척 과정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유해 물질이 용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ABS는 기계적 특성은 훌륭하지만, ‘인체에 닿는 물건’으로 쓰기엔 과학적으로 불안정한 소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의 식기용 소재 규제 기준은?
독일은 유럽연합(EU) 내에서도 특히 소비자 보호 및 환경 건강 분야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진 국가입니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은 식품과 접촉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사전 인증을 요구하며, ABS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식기용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BfR은 ABS에 대해 “가열 시 휘발성 성분이 방출될 수 있으며, 반복 세척 시 표면 내구성 저하 가능성”을 지적하며, 식기나 식품 저장 용기로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여, 온라인상에서 ABS 식기 출력 파일이나 제품이 유통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건강상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식품용 인증을 받지 않은 모든 소재에 대해 식기류 제작 시 불법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3D 프린팅 업체들은 PETG, 폴리프로필렌(PP) 등 보다 안전성이 검증된 재료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안전한 대체 소재는 무엇일까?
ABS가 식기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독일과 유럽 시장에서는 몇 가지 대체 소재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PETG입니다. PETG는 내열성, 투명성, 내충격성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식품용으로 FDA 인증을 받은 재료입니다. 독일에서는 이미 여러 3D 출력 제품이 PETG로 제작되어 상업 유통되고 있으며, 후처리 과정을 거치면 식기류로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합니다. 또 다른 대안은 폴리프로필렌(PP)입니다. 이 소재는 원래 플라스틱 용기나 포장재로 널리 쓰이며, 식품과의 접촉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재질입니다. 다만 3D 프린팅 출력 시 수축률이 크고 세팅 난도가 높아 일반 사용자에게는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 베이스 소재인 PHA(Polyhydroxyalkanoates)도 있는데, 이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로 가격이나 접근성에 있어 제약이 있지만, 향후 가장 유망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ABS는 식기처럼 민감한 용도에는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출력 목적에 맞는 소재를 선별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D 프린팅의 장점은 다양한 소재와 구조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 자유가 곧 안전함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ABS는 분명 물성 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식기류처럼 인체와 직접 접촉하거나 반복 사용되는 제품에는 위험 요소가 존재합니다. 특히 독일처럼 기준이 엄격한 국가에서는 ABS의 사용을 제한하며, 사용자와 제조업체 모두가 책임 있는 소재 선택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출력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출력 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