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리더십
미국의 우주 개발은 NASA와 민간 기업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3D프린팅 분야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NASA는 2014년 ‘Made In Space’라는 기업과 손잡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세계 최초로 작동 가능한 3D프린터를 설치해 성공적으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해당 실험은 지구 외부에서 직접 필요한 공구를 생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현지 제조(Local Manufacturing)’ 개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NASA는 ‘AMF(Additive Manufacturing Facility)’를 ISS에 추가 배치하여, 보다 복잡한 기계 부품과 다양한 재질의 출력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현재까지 200건 이상의 출력 실험이 이뤄졌으며, 단순 도구를 넘어 고열 내성 소재, 복합 구조, 고정밀 부품까지 제작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설계 파일을 전송해 즉시 출력하는 ‘디지털 재고’ 개념도 NASA의 고유한 운영 전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NASA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달, 화성 등의 장기 체류 탐사에 대비하고 있으며, 실제로 ‘Artemis 프로젝트’에서는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구조물도 3D프린팅으로 제작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민간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용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SpaceX, ICON, Redwire Space 등의 민간기업은 NASA의 자금과 노하우를 통해 우주 3D프린팅 기술을 더욱 빠르게 상업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추격: 독자 시스템과 폐쇄형 기술 개발
중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우주 3D프린팅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우주과학기술집단공사(CASC)를 중심으로 자체 실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텐궁2호 우주정거장에서 자체 개발한 3D프린터로 금속 기반 샘플을 출력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는 무중력 환경에서의 금속 재료 출력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로 기록됩니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민간 기업과의 협업보다는 국가 주도의 폐쇄형 기술 개발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CASC 산하 연구기관들과 군산복합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3D프린팅 기술 또한 군사적 응용 가능성을 고려한 구조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국제 협력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자립적인 우주 기술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천궁’ 우주정거장을 활용한 지속적인 실험 외에도, 향후 달 탐사 미션에서 현지 자원을 활용해 구조물을 3D프린팅으로 만드는 ISRU 기술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달의 규산염 기반 토양을 활용한 시멘트 대체 소재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3D프린터에 적용해 기초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또한 2023년부터는 금속 레이저 융합 방식(L-PBF)을 우주 환경에 맞게 수정한 특수 시스템을 탑재해 시험 운영 중이며, 지상 기반 실험소에서는 초대형 3D프린터를 사용해 우주선 부품, 연료탱크, 정밀 엔진 구조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군사, 민간, 산업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동시에 발전 중이며, 중국은 향후 독립적 우주 기지 구축에 있어 미국과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기술 비교: 전략, 구조, 응용 방식의 차이
미국과 중국의 우주 3D프린팅 기술은 겉보기에는 비슷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전략과 시스템은 명확히 다릅니다. 먼저 전략적 방향에서 미국은 민간 협력 중심의 유연한 R&D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 주도형 고집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기술 개발의 속도와 상용화 가능성에서 차별화를 만듭니다.
기술 구조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미국은 복합소재, 고분자 재질, 열가소성 필라멘트 등 다양한 소재와 출력 방식을 실험하며, 다목적 출력이 가능한 시스템을 추구합니다. 반면 중국은 금속 융합 방식에 집중하면서도 내열성, 구조 강도 중심의 단일 목적 중심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는 장기 거주보다는 장비 중심의 출력에 적합한 방향으로 보입니다.
응용 방식 또한 다릅니다. 미국은 ISS와 Artemis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실험을 현장 적용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지구-우주 간 데이터 전송, 원격 출력 등 실전 응용에 강점을 보입니다. 반면 중국은 대부분 지상에서 시뮬레이션 후 우주 실험을 진행하며, 군사 응용 가능성이나 독립 탐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글로벌 우주 생태계를 지향하고, 중국은 폐쇄형 우주 운영 모델을 고수하는 양상이 두드러집니다.
한편, 두 국가 모두 ISRU(In-Situ Resource Utilization) 기술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ICON과 협력하여 달 표면 구조물 출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중국은 달 토양 활용 기술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 중입니다. 향후 달·화성 거주 시대가 도래할 경우, 이 분야에서의 기술 우위는 곧 우주 패권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